2010년 4월 16일 금요일
유저를 문화 속에 가두자
한국인으로써 소속감, 동질감, 안정감을 느낀다.
가족으로써 소속감, 동질감, 안정감을 느낀다.
동호회로써 소속감, 동질감, 안정감을 느낀다.
길드로써 소속감, 동질감, 안정감을 느낀다.
중세에는 성 안에 살며 성이라는 물리적 공간 속에서 소속감, 동질감, 안정감을 찾았다고 한다면
현대에는 벽돌로 쌓아올린 성 보다, 문화라는 성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나와 비슷한 모습, 언어, 행동양식을 가진 사람들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나와 비슷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
이 비슷함 속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동질감을 느끼며, 또한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아군 이라는 존재를 통해 나의 안전과 생존을 최대한 보장받을 수 있는 본능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현대에는 그런 생물학적인 안정감 중 상당부분을 문화가 채우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서비스에서도 유저들에게 특별한 문화를 공유하게 하는 것은 참 중요하다.
수많은 방법중에 사소한 것 하나를 꺼내보고자 한다. 바로, 유저와 작지만 자주 인터랙션을 하는 부분, 버튼이다. 게임이든 웹이든 한 서비스에는 참으로 많은 버튼이 있다. 로그인버튼, 추천버튼, 수락버튼, 글쓰기버튼, 목록버튼, 홈버튼, 인벤토리버튼 등 정말 많다. 서비스엔 메뉴명, 카피, 아이템명 등 많은 레이블링이 들어가지만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버튼의 레이블링이라고 생각한다.
버튼은 아래와 같은 인터랙션 과정을 거친다.
1) 시각으로 이 버튼을 인지하고
2) 두뇌로 의미를 해석한 후
3) 촉각으로 그것에 대한 동의로 클릭을 한다.
이를 본다면 보통 흘릴 수도 있는 대사, 도움말보다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조그만 예시를 들고자 한다. 부끄럽지만 일전에 참여했던 2차대전 배경 FPS게임의 웹사이트 프로젝트 중 게시판 부분의 이야기다. 게시판에 베스트를 뽑아내기 위해 추천을 붙여야 했다. 어떤 게시판이든 추천버튼은 흔하게 볼 수 있다. 헌데, 일반적인 게시판의 기능 수행과 더불어 이 곳을 통해서 재미와 문화를 심어주고 싶었다. 자유게시판 하면 유저들이 가장 즐겨찾는 커뮤니티 공간 아닌가.
그래서 추천이라는 이름 대신 지원사격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원사격이라 이름 붙이고 이를 더 인지시키기 위해 지원사격 버튼을 플래시로 만들고 애니메이션과 효과음을 삽입했다. 마우스를 오버하면 '철컥' 하는 장전음이 나고, 클릭하면 '타탕!' 하는 발사음이 나도록 했다. 지원사격을 후엔 레이어팝업이 잠시 뜬다. 메시지는 '지원사격 완료! 당신의 지원사격으로 아군은 힘을 냅니다.'
지원사격이 완료되면 그 수는 숫자로 카운팅 될 뿐만 아니라 총알이 나열되어 시각적으로 보여지게 했다. 그것도 본문이 시작되기 바로 전에. 그러니까 읽는 사람은 본문이 시작되기 전에 총알부터 보고 본문을 보게 된다.
보고나서 공감이 가면 자기도 지원사격을 하도록. 추천이 있으면 반대도 있어야 하는 법. 하지만 반대는 사용하지 않았다. 전우애를 강조하는 의도를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추천하고 싶으면 지원사격, 그게 싫으면 하지 않으면 그만. 적군사격, 오인사격, 아군사격 등의 공격적인 버튼을 넣을 수 있었겠지만 뺐다.
물론 일반적이지 않는 이 부분에 여러 반대의견들이 나왔다. 왜 추천이 본문 앞에 있어야 하는가, 추천횟수 만큼 총알이 늘어나서 콘텐츠를 가려야 하는가 등등. (물론 동의해 주시고 훌륭하게 구현해 주신 점에 대해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후, 게시판에서 아래와 같은 글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훌륭한 글입니다. 지원사격 해 드립니다! 빵야빵야!
- 제 글에 동의하시면 지원사격 부탁드립니다!
- 우리 길드는 무조건 지원사격! 빵야!
- 이렇게 지원사격 많이 받으니 정말 든든합니다.
추천이라는 말은 없어지고 지원사격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치하고 게시물 대비 추천수가 많았다. 저 작은 단어 지원사격 하나가 유저들의 마음을 작게나마 움직이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어느 게시판에서나 볼 수 있는 추천이다. 별거 아닌 작은 기능이다. 하지만 그 작은 기능을 통해 크든 작든 문화를 만들어 냈고 이 것을 통해 다른 게시판과는 차별되는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핵심서비스 게임에 기반한 것이겠지만, 그에 맞추어 극대화시키기 위해 넣은 것이고 유저분들이 용어까지 사용하니)
유저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그것을 만지게(클릭) 되는 행윈는 다른 것 보다도 더 많은 감정이입을 불러 일으키고 이것이 반복되면서 작게나마 문화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네이버 붐의 붐업, 붐따도 마찬가지. Feeling이 어린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초딩들의 서비스가 되었는지도 모르는 생각은 억측?)
서비스의 핵심을 게임으로 들자면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유저를 새로운 문화의 세계로 끌어들이겠지만, 사소한 버튼 하나로도 그런 문화형성에의 길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나와 같은 용어를 쓰고, 나와 같은 관심사에, 나와 같이 구르는 사람들 이 사람들과 형성해가는 문화라는 성 속에 유저는 소속감, 동질감, 안정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언제나 그렇듯 이론은 쉬우나 충실하게 현실화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PS. 이 화두를 꺼내게 된 계기를 제공해준 친구 S군에게 감사.
@park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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